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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그동안 소설들을 읽긴 읽었는데 솔직히 감상문 쓸 정도의 소설이 없었다. '아, 이건 진짜 너무 재밌으니까 홍익인간 정신으로 알려야 한다!' 라든가, '이건 진짜 너무 아쉽다, 이것만 좀 괜찮았으면 좋았을텐데! ㅠㅠ', 또는 '이건 진짜 읽지 마요...'라든가. 하여간 플러스든 마이너스 감상이든 '써야한다!!!!'라는 느낌을 주는 소설들이 없었음. 그냥 다 무난하고 괜찮았다. 그래도 좀 정리해볼까, 해서 읽었던 것 중 괜찮았던거 위주로 목록 정리.
1. 작은 아가씨들 시리즈 / 각 단권임. (첫째딸, 둘째딸만 읽음)
셋째 딸 이야기도 나왔나? 하여간 이 시리즈는 '단권으로 살 게 없다'할 때 추천한다. 필력도 괜찮고 서사도 괜찮고 씬도 넘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있고(둘째딸이 씬이 더 많긴 함). 단권 소설은 단점이 감정이 갑자기 후다다다다닥 전개되거나 서사가 얼렁뚱땅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 이 소설은 내 기준에서 그런거 없었다. 서사도, 감정선도 모두 적당한 속도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서 개운한 느낌으로 소설 마지막 장을 읽을 수 있었다.
줄거리 간단히 말하면 첫째딸은 나이차 좀 있는 후견인 장군과 조용하고 느린 망설임 끝에 사랑에 다다르고, 둘째딸은 과거 어긋난 인연의 남자와 재회하며 자신의 꿈과 사랑을 성취하는 이야기.(나 요약 천재인듯)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은 아씨들''에서 모티프를 딴 소설이라 첫째는 믿음직스러운 장녀, 둘째는 톡톡 튀는 소설가, 셋째는 야무진 아가씨로 나오는데 인물 캐릭터가 워낙 확고하게 잘 잡혀서 캐붕이고 뭐고 없다. 나는 '작은 아씨' 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이 소설도 즐겁게 읽었는데 이게 불호일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은 원작 '작은 아씨들'에서 나의 최애인 '베스'가 이 소설 시리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ㅠㅠ '작은 아씨들'의 후속작인 '착한 아내들'에서 베스가 죽은 것 때문인지, 병약소녀캐를 작가가 안좋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아쉽긴 함 ㅠㅠㅠㅠ 하긴, 베스가 요새 로설 여주 트랜드에 맞는 캐릭터는 아니긴 하다...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는 조용하고 몸 약한 여주는 아무도 안좋...아냐 내가 좋아하는데...!! 우리 베스!!! ㅠㅠㅠㅠㅠ
2. 윈터 브라이드 (총 4권)
이 소설도 재밌었다. 읽은 지 좀 되어서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는데 성물의 영향으로 불로불사무적의 힘을 얻게 된 남자와 남자의 원수집안 딸의 사랑 이야기임. 남주가 불로불사인지라 여주와 나이차이가 엄청 나는데 (증조할아버지 급으로 추측) 나이차라는 장애는 아무것도 아닌게 서로 집안의 원수라서(...) 그럼에도 두 인물의 사랑이 이뤄질 수 밖에 없었던 점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서 만족스러웠다. "나는 남주와 여주가 서로밖에 없는게 좋아! 서로 구원해주는게 좋아!"라는 독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
읽으면서 순정만화 '바사라'가 많이 생각났는데 원치 않는 운명에 휘말린 두 주인공, 그리고 나라가 흥망하는 거대한 흐름이 인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의 요소 때문인 것 같다. 커다란 서사를 좋아하면 진짜 추천해주고 싶음. 요새 로판은 나라끼리 전쟁 나고 이게 주인공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식의 큰 서사가 잘 보이지 않아서ㅠㅠ
'바사라'에서 내 아픈 손가락이 아게하였다면(눈물), '윈터 브라이드'에서는 내 아픈 손가락이 여주오빠인데...(통곡) 읽으면서 저놈의 까마귀 목 비틀고 싶다고 생각했다고ㅠㅠㅠㅠ 여주오빠에게도 여주가 하나밖에 없는 온리원이었는데ㅜㅜ 원래 죽었어야 했던 사람이었으니 그 결말도 감지덕지라지만 가슴은 너무 아프고 ㅠㅠ
이야기 급전환해서 나는 '바사라' 읽었을 때도 그랬는데 '윈터 브라이드' 결말도 해피가 아니라 새드였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새드였다면 더 대작 느낌 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랬다면 '와씨 이건 대박작이다 ㅠㅠ'하고 다시는 안 읽었을 듯ㅋㅋㅋㅋㅋ(해피엔딩 좋아함) 그런데 새드엔딩도 진짜 괜찮았을 것 같아. 남주는 비록 호구처럼 이용만 당하고, 나라를 위해서 사람들을 죽였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필요 없던 학살도 있었고, 그 죄값으로 결국 죽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여주는 그 후 자취를 감추고 시골에 살다가 우연히 오빠와 마주치고, 서로 말 못할 감정만 안은 채 모르는 사람인 척 스쳐 지나가고... 어라, 이거 '불새의 늪' 엔딩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새드였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3. 우로 / 흑야 (각 1권인데 겁나 김. 그리고 우로 -> 흑야 순서이며 각 소설의 커플은 다른 커플임)
이 소설들의 설정이 좀 세세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해해보려고 하다가 '아 몰겠다'하고 드러누워서 읽었던 기억이 남(...)
동양풍 세계관인데 존나세급의 4명의 신수(?)같은 존재가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어느 날 이 신수가 깰 때가 아닌데 깨게 됨. '이게 뭐야'하는데 알고보니 자기 짝이 태어나서 그렇다고 함. 이 4명은 감정이고 뭐고 없는 애들이라서 '뭔 짝ㅡㅡ'하는 반응과 '혹시 내게 ^감정^이란게 생기는 건가'라는 약간의 기대 등으로 짝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임. 4명은 존나세급의 포식자인데 짝들은 하필 다 피식자라서 좌충우돌 우당탕탕 사건들이 있다.(뭔가 경쾌한 사건처럼 표현한 것 같은데 하나도 안 웃긴 사건들임)
'우로', '흑야'는 그 4명 중 2명의 사랑 이야기인데, 둘 다 남주가 끝에 가서 집착에 사랑꾼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음. 차이점은 '우로'가 보다 읽기 쉽고 평이하며 '흑야'는 롤러코스터가 있다는 것. 감정 없는 남주가 여주를 만나 사랑을 알게 된다는 서사는 같은데 '흑야'의 경우 그 과정에서 여주를 죽이는 등 별 짓을 다 하고 겁나 후회해서 발닦개가 됨(...) 여기서 '흑야' 불호인 사람들도 좀 있을 듯. 그리고 '흑야' 서사에서 뭔 벌레가 나오고 그러는데 이해가 안가...! '대체 송장 벌레란 무엇인가. 저 놈의 정체는 뭐뭐라는데 그게 무엇인가'하고 고민하다가 '유리가면'의 '마야'의 마음으로 소설을 읽기로 함.
(설명충: '유리가면'이라는 순정만화에서 주인공 '마야'는 신적 존재인 '홍천녀'에 관한 연극을 연습하는 중 대본에 있는 '구슬'이라든가 여러 소재에 대해 "홍천녀의 세계에는 그냥 그런게 있나보다 했어요ㅇㅅㅇ"라고 말하여 열심히 그 소재가 무엇인지 궁리하고 분석하던 상대 라이벌 '아유미'를 "맞아, 홍천녀에겐 그런 구슬같은건 분석할 소재가 아니라 '그냥' 있는 것..! 마야, 이 무서운 아이...!"하고 충격에 빠뜨리게 함)
하여간 읽기 나쁘진 않았으니 동양로맨스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은 키워드 맞으면 한번쯤 읽어도 나쁘진 않을 듯? 4명 중 2명 이야기 나왔으니 남은 2명 이야기가 얼렁 나왔으면 좋겠다.
4. 바다 한 잔 향신료 두 스푼
나이차 많이 나는 커플. 아빠 친구와 딸이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여주가 남주를 매몰차게 대하는데(남주가 사랑 고백해서 그런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음) 남주가 죽은 후 자신이 남주를 사랑했다는 것과 남주 역시 자신을 사랑했음을 깨닫고 겁나 후회하게 됨. 그리고 회귀를 하게 되어 남주를 다시 만나 과거 후회 청산하고 남주를 열심히 꼬셔서 해피엔딩하게 된다는 내용.
서사나 감정선 모두 괜찮은데 문체에서 조금 걸린 소설이다. 뭐라고 콕 찝어서 말할 수 없는데 평소 내가 읽던 로맨스 소설의 문체가 아니었음. 정확히 말하면 로설 1인칭 소설에서 보던 문체가 아니었다. 3인칭으로 전개되었다면 좀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다. 나는 읽으면서 공감/이입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1인칭인데도 이입이 안되고 그냥 친구의 친구 이야기 전해 듣는 느낌으로 읽은 듯. 그리고 여주가 회귀해서 정신연령은 좀 있는 편인데 그 점이 잘 안느껴진 것도 있었고. 그래서 후속작으로 귤 한조각? 소설 있다는데 읽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차이 많이 나는 커플 좋아한다면 한번은 읽을 걸 추천 ㅇㅇ 나이차 많이 나는 커플이 잘 없어요(눈물) 여담으로 별건 아닌데 여주가 빨간 머리라서 좋았다.(빨간머리 좋아함)
5. 그 오토메 게임의 배드엔딩 (현재 카카페에서 104화까지 연재됨)
완결 아니라서 안 적으려고 하다가 4라는 숫자가 싫어서 추가. 최근 로설 중 '상수리...' 다음으로 제일 재밌게 읽는 로설이다. 단점은 남주 후보들이 쩌리처럼 보인다는 건데 장점은 그걸 상쇄할 정도로 여캐들의 케미가 너무 좋다. 물론 서사 풀어지는 것도 좋고.
종교가 '여신'인데 지금 현재 이 '여신'을 믿지 않는 불신론자들이 나온다는 것도,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게 왕비라는 것도, 여주의 소울메이트도, 그 소울메이트의 빈 자리를 새롭게 차지한 것도 모두 여자다!!! 여캐간 감정선부터 캐릭터의 동기까지 분명해서 좋다. 최소한 여자 캐릭터들이 도구로 쓰이는게 아니라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게 좋음.
예를 들어 '왕비'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인신공양 제사를 치루려 하는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미지만(이미 한 적도 있긴 한듯) 그 배경에는 힘없는 소국에서 시집와서 자신의 뒷배경이 되어 줄 세력이 없다는 것, 왕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것 등으로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는 동기가 있다. 그냥 무작정 '우리 왕자가 왕이 되어야 해!'라는 단순한 입장에서 제사를 무거운 일을 계획하는 게 아님.
모두의 첫사랑이자 일찍 죽어버린 '오필리아'와 여주 '에밀리아'의 관계도 매력적이다. 오필리아가 이 소설의 진남주 포지션이라는게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사이 좋았던게 아니라는 것도, 서로에게 자신이 없는 걸 부러워하고 질투하다가 결국 진정한 이해자가 되었다는 것도 설득력 있고 이해가 됨. 심지어 '리아'라는 이름도 공유했고요? ㅠㅠ
솔직히 읽다보면 '오필리아'가 빅브라더처럼 느껴지는데 자신을 '여신에게 버림받았다'라고 표현하는 것, '열쇠가 있는데 어차피 난 상자를 열지 못하고 남이 열여서 누릴 생각하니 고민된다'(정확하지 않음) 식의 말을 했던 것, 아필 에밀리아를 '그 해'에 데뷔탕트 치룰 수 있도록 한 것 등등 미심쩍은게 한두개가 아님. 오필리아가 혹시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걸 알고 죽은 걸까? 싶을 정도임. 다만 이러한 의심에도 불구하고 오필리아가 에밀리아를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했음을, 오직 이것 하나만 의심하지 않고 갑니다...ㅠㅠ 오필리아 에밀리아는 찐이다 이겁니다 ㅜㅜ
엘로디 캐릭터도 일차적이지 않지. 나는 이 캐릭터가 걍 답답하고 일차원적으로 착한 여캐, 또는 '내가 주인공인데 왜 쟤한테만 관심을 줘!' 식의 짜증나는 롤의 캐릭터인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었다. 매일 악몽을 꾸면서 어떻게든 자신이 살 길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데 읽으면서 이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는 있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은 나오지 않겠다, 싶었음. 더불어 최근에 나타난 후작부인의 심리묘사도 그렇고 이 작가는 캐릭터의 동기나 심리를 그리는 데에 부족함이 없는 작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남캐들이 일차원적으로 묘사되는데 내 생각엔 '에밀리아' 시점에서 남캐를 봐서 그런 듯. 여주 '에밀리아'가 게임 캐릭터처럼 남캐들을 대하고 분석해서 독자도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은데 아마 후반부로 가서 남캐들 입장이 더 나오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내 추측인데 레어티스, 카시오 보다 에드먼드가 출생도, 성격도 더 복잡한 캐릭터 아닐까 싶다. 하여간 이 소설의 단점은 로맨스 롤은 이미 오필리아/엘로디가 다 가져가서(...) '남주는 누굴까요?'식의 궁금증보다 서사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는 것 정도일 듯? 아니 근데 진짜 GL 가도 되지 않을까요...(...)
내가 감상문 쓰기 귀찮아 하는 이유를 알겠어. 너무 쓰잘데기 없이 말이 길어서 말하는 나도 점점 귀찮아짐. 근데 이 쓰잘데기 없는 말을 또 안할 수는 없다. 지르기만 하고 안 읽은 소설들 많은데 언젠가는 읽겠지...
아 그리고 상수리 2부 언제 나오냐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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