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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주 가는 소설 커뮤에 취향 이야기가 나왔다.
정확히는 소설에 대해 여혐 같은 문제 요소를 지적할 순 있지만 그걸 읽는 독자까지 싸잡아 후려치지 말자, 는 내용이었는데 민감한 주제다 보니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다.
근데 그거 읽다가 새삼 내 취향이 쓰레기구나 > 근데 내 취향의 시작이 된 소설이 뭐지? 로 의식의 흐름이 넘어감ㅋㅋㅋㅋ
내 경우에는 '제인에어'를 읽었을 때 '아, 이게 내 취향의 소설이다!'하고 눈에 불을 켜고 읽었다. 심지어 우리 집에 이거 책 출판사마다 다르게 해서 3권 있다.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출판사는 목사양반 편지까지 실었는데 어떤 출판사는 그냥 제인하고 로체스터가 행복하게 살았다 정도로 마무리하고 끝내버려서.)
'제인 에어' 좋았던 키워드가
1. 나이 차이 많이 남
2. 객관적으로 볼 때 남주가 여주보다 잘났음
3. 여주는 가난하거나, 또는 예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강함 (외유내강)
4. 여주가 시련을 겪지만 성장/극복하는 스토리임
5. 남주가 여주를 마냥 우쭈쭈하고 아껴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놀려 먹는 놈임
6. 본부인 두고 사기결혼하려고 하는 개쓰레기 남주임 (남주 욕은 해도 되는데 내 욕은 하지 마세요)
7. 여주 두고 '애가 날 좋아할 때까지 찔러본다'고 계속 감정 애매하게 들쑤시는 남주 (남주 욕은 해도 되는데22)
8. 여주가 남주를 사랑하게 되지만 모종의 이유로 탈출(도망)감.
9. 객관적으로 잘난/잘났던 남주가 여주에게 지게 됨
10. 유사 육아 및 양육 있으면 더 좋음
이거 말고 진짜 여러 키워드가 있는데... 하여간 제인 에어는 진짜 내 모든 취향의 시작이어서 이후 무슨 소설을 보든 간에 저런 내용의 키워드가 있으면 환장을 하게 됨.
근데 새삼 쓰고 나니까 취향이라는게 타고나는 건가, 학습되는 건가 의문이네. 저거 읽었을 때가 내가 초중딩때였는데 그때 나는 춘희(청소년 버전), 좁은문(청소년 버전),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키다리 아저씨, 쿠오레, 작은 아씨들, 착한 아내들 등등 죄다 읽었단 말이야?
저 책들 와중에 내가 좋아서 팔짝 뛴 소설은 제인에어 밖에 없었다. 폭풍의 언덕은 남주가 처음에는 못났던 놈으로 나와서 별로였고, 춘희는 스토리가 감동적이긴 했지만 남주의 그 나약함이 너무 싫었으며, 좁은문은 말해 뭐해 너는 보이지도않는 신에게 졌어 짜샤 유물론이 지다니 말이 되냐(헛소리), 키다리아저씨는 여주보다 성숙한 남주가 여주에게 정체를 숨기고 지원해준다는게 좋았지만 남주가 질투에 미쳐 여주 별장 초대하고 자기가 짜잔 나타나는 등의 귀여운 모습 보일 때마다 '아...' 싶었으며...
나는 그러니까 한마디로 걍 쓰레기같은 남주가 좋은가봐. 여주에게 강압적이고 '내 뜻대로 해!'하지만 나중에 가서 여주 발닦개되는게 좋다. 키다리 아저씨 진짜 설정 다 좋았는데 차라리 지미가 여주를 더 대놓고 놀려대거나 심술맞게 굴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몰라. 셰익스피어에서 젤 재밌게 읽은 작품이 말괄량이 길들이기 라니 내 취향도 참 송진내 난다.
이렇게 쓰고 나니까 취향 진짜 뭘까. 누가 나보고 쓰레기같은 남주 좋아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저 당시 저렇게 많은 스타일의 남주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굳~~~이 저런 슈레기 같은 놈을 좋아한거 보면 취향 타고난 것도 분명 있는거 같지?
하여간 오랜만에 로체스터 뽕이 찬다. 로체스터, 당신같은 쓰레기 남주는 진짜 잘 없나봐요. 대외적 이혼남이며 양녀를 둔 홀아비 주제에 자기보다 한참 어린 여자에게 들이대는 양심 없는 놈 말이에요. 양심도 보통 없는게 아니라서 여주에게 '나 너 좋아하나봐'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대신 여주가 자기 좋아할 때까지 들쑤시면서 계속 여지를 주는 행동을 했잖아요. 중간에 질투 작전 비스무리한 것도 쓰고, 여주 마음 좀 떠보겠다고 점쟁이로 변장도 하고 진짜 생각해보니 별짓을 다했네요. 마지막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본부인 두고 여주랑 사기결혼하려고 하다가 그게 들키니까 여주에게 내 사랑은 너밖에 없다고, 그냥 결혼하면 안되냐고 붙잡던, 당신의 쓰레기같은 모습이 절정에 이른 그 밤이 생각납니다. 당신 같은 남주를 제가 또 볼 수 있을까요?
아 진짜 솔까 로체스터에게 어둠어둠 속성과 계략 속성 조금 더 강화하고 집착 속성 더하면 후르츠바스켓의 소마 시구레인데 시바, 소마 시구레도 소마 시구레밖에 없어 찌망 ㅠㅠㅠㅠㅠ 작가님, 소마 시구레로 하나 스핀오프 작품 더 냅시다 이거 된다고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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